데이터 3법 통과로 막 열리는 국내 데이터 산업
정보주체 데이터 결정권 높여…데이터 품질·보안도 중시해야
[데이터넷] 보다 다양한 데이터들이 활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좋으나,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개인정보다. 비록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더라도 연구나 공익 목적으로만 쓸 수 있어 그 폭이 제한적이다. 결국 제대로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정보 주체인 개인에게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선뜻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대형 쇼핑몰, 카드사 등 많은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해킹 등을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잦았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악용해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경제 사회로 진입할수록 데이터는 국가 및 기업,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척도로 부상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는 맞춤 서비스, 사회 이슈 해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해외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인 데이터 활용을 위한 마이데이터(MyData) 정책이 추진되고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마이데이터 정책을 추진해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 생태계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자기 정보를 직접 내려 받아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활용체계를 정보주체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즉, 자기의 정보를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 그에 대한 적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하는지 따져 데이터의 활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을 강화시키고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정부는 마이데이터 실증 과제로 의료·금융·유통·에너지·기타 5개 분야의 8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의료)은 건강검진 및 처방전 데이터를 개인이 휴대폰 앱에서 직접 내려 받아 제3의 기업에게 제공해 맞춤형 건강관리(활동량, 영양관리 등) 및 식단추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서면, CD 등 활용이 어려운 형태로 제공되던 개인 건강검진 결과 및 처방내역을 휴대폰 앱으로 손쉽게 관리·활용할 수 있으며, 본인의 건강 상황에 맞는 식단을 제공하고 주문·결제를 연계해 개인의 편리한 건강관리를 돕는다.
NHN페이코(금융)는 신용정보뿐만 아니라 NHN페이코가 보유한 구매내역, 결제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대학생, 직장인, 은퇴자 등 생애주기별 특성에 따른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정보가 빈약한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 은퇴자 등에 대해서도 맞춤형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해 원활한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음소프트와 세종시(에너지)는 가구별 에너지(상·하수도, 전력, 가스 등) 사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시간대별 사용량 모니터링 및 시각화 분석, 누진제 적용 시작 구간 알람 등의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월단위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사용량을 시간대별로 확인해 가구 스스로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며, 유사가구 등과의 사용량 비교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이상 가스패턴, 누수, 누진 등)를 조기 파악하는 등 가계 에너지 요금 절감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이 외 마이헬스 데이터(MyHealth Data) 플랫폼을 활용한 건강증진 코칭서비스(서울대병원), 소상공인 성장을 돕는 문서·자금 플랫폼 서비스(한국기업데이터) 등 개인이 본인정보 활용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추진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한다. 2020년 예산은 지난해와 비슷한 97억원으로, 본인정보 활용 및 제3자 제공 서비스 실증을 위해 8개 분야별 지정공모 및 자유공모를 진행한다. 분야도 금융·통신·헬스 등 제한이 없으며, 과제당 최대 1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이 실증 서비스 개발에 치중했다면, 올해는 유관부처들과 협력해 선정된 분야 과제를 중심으로 실제 서비스 구현에 노력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컨설팅, 해커톤, 컨퍼런스 등을 통해 본인정보 활용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대국민 인식도 함께 제고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제공되는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자산관리 서비스’다.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통합해서 조회·관리하고 신용평점이나 재무관리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로, 신용관리 측면에서 신용도 개선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이나 금리인하 요구권 행사 등이 지원되고, 재무관리 측면 역시 신용상태나 재무현황에 맞는 최적의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도 안전한 데이터 이동을 위한 표준 API 구축 등 마이데이터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허가 방안도 마련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데이터 유통 촉진 도모
국내 데이터 산업 진흥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데이터 유통 환경 촉진을 위해 데이터 바우처, 마이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유통 촉진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36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데이터 안심구역 운영 사업은 다양한 미개방 공공·민간 데이터를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자 등 누구나 제한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데이터 분석 환경을 제공한다. 진흥원 내 물리적 보안 인프라가 마련된 분석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미개방 데이터가 안전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통계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공공기관 분석센터와도 연계해 금융·통신·의료·물류·문화·환경·에너지 등 분야별 미개방 데이터 셋을 제공함으로써 데이터가 고여 있지 않고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앞장선다.
개방형 데이터스토어도 지속 운영된다. 이는 서비스 개발, 데이터 분석 등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누구나 쉽게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데이터 유통 플랫폼으로, 이를 보다 더욱 활성화시켜 데이터 유통이 촉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과 연계해 고품질 데이터가 등록·거래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실시간 API 지원 서비스, 데이터 거래지원(표준계약서, 가격·법률 등)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데이터 비즈니스 지원 확대
데이터 유통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지원도 추진된다. 데이터 활용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데이터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데이터 사업화 지원(Data-Stars)’을 통해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확산 및 데이터 기반 생태계 조성을 도모한다. 창업 7년 미만 데이터 활용 스타트업 또는 개인 사업자가 대상으로, 지난해 38: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데이터 활용 사업화 아이디어 보유 우수 스타트업을 선정될 경우 서비스 개발비가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되며, 데이터 모델링, 품질관리 등 특화 컨설팅, VC멘토링, 투자 네트워킹, 데모데이 등 사업화 특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중 사업화 우수 서비스로 선정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후속 지원금도 제공된다.
해당 프로그램을 거쳐간 곳으로는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제공하는 ‘레이니스트’, 금융추천 플랫폼 제공 기업 ‘핀다’,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제공하는 ‘왓챠’, AI 기반 개인화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뤼이드’,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기업 ‘어반베이스’ 등이 있다.
국내 데이터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Data-Global)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 진출에 관심 있는 국내 우수 데이터 솔루션·서비스 기업의 현지화와 마케팅을 지원함으로써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기업당 해외진출 및 현지화에 최대 5000만원, 마케팅은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된다. 여기에 GDPR 등 해외 법률, 해외 지적재산권, 저작권 등록 보호, 글로벌 마케팅, 제품 현지화 등 기업별 맞춤형 지원도 가능하다.
시행령 제정 등 법적 이슈 남아
데이터 3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함께 오랜 데이터 산업계의 염원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데이터 활용을 위한 큰 틀만 마련됐을 뿐 시행령 제정 등 세부적인 절차가 남아있다. 오는 8월부터 본격 시행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명정보를 어떻게, 또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비식별화 조치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가명정보라 할지라도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일정 부분 비식별화를 했다 하더라도 정보들이 조합될 경우 식별이 가능해질 수도 있는 만큼 우려가 될 수 있다. 이미 시민단체 등은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는 상태다.
이는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에서도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데이터 가공 시 가명정보화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가명화하는 수행 계획은 누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우려사항으로는 역시나 가명정보에 대한 것으로, 활용 범위와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공익적 기록이나 과학적 연구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허용된 상태지만, 산업적 용도로의 활용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기에 산업적 활용을 위한 통계나 연구와 관련된 난항도 예상해볼 수 있다.
또한 데이터 3법과 관계된 법령의 기존 조항 해석도 중요하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은 개정안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새지만, 금융실명법, 전자금융거래법 등과도 정합성을 위한 해석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현재 정부와 민간 모두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자유롭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취하는 조치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 토의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품질 따져야
데이터 활용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도 기업·기관에서 제대로 활용되려면 데이터 품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요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원인을 빠르게 찾아내 수정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는 데이터 품질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데이터 품질은 단순히 값에 의한 품질도 있지만, 데이터가 갖는 구조, 주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운영자 등 복합적인 상황에 의해 품질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어느 하나만 괜찮다고 품질이 좋아질 수 없으며, 어느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품질이 나빠지게 된다.
애플리케이션이 잘못 개발됐다 하더라도 이를 검증하지 못한다. 그 이전부터 검증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개발 단계에서 기초적인 검증은 하더라도 전반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걸쳐 검증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데이터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데이터 품질이 좋을수록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거나 수익을 내는데 도움이 도지만, 데이터 품질이 나쁠 경우 앞서 든 예시처럼 잘못된 요금이 부과된다면 기업이 손실을 입고 평판도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데이터 품질 관리는 IT 부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속적인 서비스에도 잠재적인 비즈니스 로직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조적인 관점, 애플리케이션 관점, 서비스 관점 등 여러 관점에서 상시적으로 검토하고 확인해야 한다.
김범 엔코아 전무는 “국내 데이터 산업은 데이터 품질과 보안만 잘 지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산업의 최종소비자는 국민이라는 것을 고려해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홍보를 함께 하면서 기업들이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 2010~2018(E) (단위: 억원, 자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2019)
규제 샌드박스 확대도 방안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9 데이터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15조1545억원 규모로, 2017년 14조3530억원 대비 5.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해외 시장 규모인 1109억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데이터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법 개정을 통해 외부 환경적인 제약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좀 더 발전적인 데이터 산업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장밋빛 미래만 꿈꿔서는 안 된다. 세부적인 법 조항들도 나오지 않았기에 어떻게 법제도가 바뀔지 모르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가는 등 진정 모두가 원하는 모습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내딛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데이터를 사고파는 것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 동의를 받는 것은 어렵다. 좋은 해외사례들이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에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2019년 총 195건의 과제가 승인돼 58개 과제(30%)가 시장에 출시됐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간 경직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신제품과 서비스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 진출의 기회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도 이뤄내는 결과를 얻었다.
데이터 업계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해봄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쌓으면 아직까지 활성화가 되지 못한 마이데이터 사업 등에서도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히 활용해보고, 철저히 책임을 묻는 것으로 기업들이 데이터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면 새로 개정된 데이터 3법에 기반한 비즈니스가 한층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미래 개척을 위해 데이터 산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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