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이터 3법 통과됐지만...막연한 우려보다 사회적 합의 필요"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 회장 / (주)비투엔 대표이사
- 공학저널 2월호 -
데이터 3법이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전 산업계의 핵심 동력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데이터 3법의 골자가 ‘가명정보를 사용한 이용자 빅데이터 활용’인 만큼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진 ‘빅블러시대’의 신성장 동력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인의 가명정보를 조합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위험과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데이터 3법 국회통과를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데이터산업협회 조광원 회장(사진)은 우려 보다는 기대와 개선 의지의 관점에서 데이터 3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위한 한 걸음이 더 이상 늦춰 져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사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국민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미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위한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으로 산업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빅블러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 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데이터입니다.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는 서로 결합했을 때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특정 분야 데이터만을 갖고 도출하기 어려웠던 것에서 이제는 서로 다른 산업 분야의 데이터들과 맞물려 새로운 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3법은 이 과정의 윤활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통신과 금융, 제조, 유통, 의료 등 다양한 데이터들이 서로 결합한다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공 편익과 안전은 물론, 신시장 개척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국민들은 마이데이터를 소유하고, 데이터의 연결을 돕는 브로커 산업 창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식별화된 가명정보는 익명정보와 달리 추가적인 정보와 결합하면 기술적으로 다시 재식별이 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쉽게 말하면 창과 방패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식별화와 재식별화를 위한 기술과 도구는 오래 전부터 활용됐고, 지금도 그 기술들은 개발 중입니다. 기술적으로만 논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한 가명 정보에 대해 재식별 하려는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하게 엄벌에 처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데이터 3법 개정안과 상관없이 중대한 범법행위에 해당합니다. 개정안 이후에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기존과 동일하게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또한, 현재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 상품화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명 정보의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적절한’ 안전조치 하에 이용할 수 있다고 적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적절한’이라는 표현보다는 적극적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명문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3법이 통과했다고 해서 산업의 활성화가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산업의 활성화에 있어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면?
데이터 3법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첫 관문을 통과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에 있어 ‘보호’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가명화된 개인정보의 데이터 이용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의 가치는 서로 다른 분야,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안전하면서도 유의미하게 활용될 때 파괴력 있는 데이터 가치가 발현될 것입니다. 특히 민간에서 보유한 데이터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장려 정책이 필요합니다. 공공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장려 정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과감히 데이터를 개방하고, 품질에 만전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새로운 서비스 창출은 민간 데이터 산업이 나설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합니다. 산업계에서는 국민이 우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힘쓰고, 가명화된 개인정보를 재식별 하고자 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법규 시행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입니다.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 분야 전문 인적자원들의 지역편중 현상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해결 방안이 있다면?
인공지능뿐 아니라 데이터 전문가도 단기간에 육성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전문 인력들은 특히 서울·경기 지역에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입니다.
데이터 설계·품질 관리 등 거버넌스 전문가, 데이터 분석·데이터 과학자 등 데이터 전문가 인력에 대한 처우가 현실적으로 언밸런스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데이터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 52시간 시행, 전문가 고용을 위한 비용의 불균형, 사업 대가 기준 미비 등 중소기업이 마음놓고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 스카우트, 트레이드 제도 도입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디지털 뉴딜 정책에 대한 의견도 있습니다. 지역별 특화 데이터 결합 전문기관을 활용하거나, 전문 인력들의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 마련 등 지원이 필요합니다.
양질의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라는 말도 있다. 데이터가 ‘공유재’로 사용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세계 GIS를 장악한 구글맵과 공공 데이터로 개방된 실시간 교통정보는 데이터 공유재로서 좋은 사례로 우버와 같은 세계 최대 운송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을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든 데이터와 함께 개방된 공공데이터가 활용됐기에 가능한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가 없다면, 미래 산업 기술 개발도 불가능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누구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경제를 혁신시킬 수 있도록 과감한 데이터 개방과 공유 활용이 활성화 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데이터산업협회의 올해 계획은?
대한민국 데이터 산업 발전과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 의견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지속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 데이터 관련 산업에서 활약하는 많은 기업, 기관들이 협회 회원사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무국 기반 조직력 강화와 함께 많은 유관 단체들과 대외 협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육성 전략이 필요합니다. 협회는 향후 범국가적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추진과 산업계의 구심점이 되며, 소통 창구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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