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개정, '혁신'보다 '글로벌 경쟁 탈락'의 문제다"

-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 회장 및 비투엔 대표 -





[아이티데일리] 국내 IT 업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최신 IT 기술의 흐름과 전 세계의 데이터 활용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법과 제도들이 이들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에서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받아들여 데이터 3법, 즉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9년 11월 현재,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3법은 국회에서 아직 제대로 된 논의나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아 연내 통과는 요원하다.


이에 국내 데이터 산업계에서는 국회의 조속한 데이터 3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내 통과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총선과 맞물리게 되면 국회 통과가 무기한 늦춰지거나 무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데이터 산업계의 의견 개진을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인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고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 데이터 산업계를 리드하는 한국데이터산업협회는 회원사들과 함께 최근 데이터 3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실제 데이터와 관련된 IT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갖춘 기업들이 힘을 모음으로써 연내 데이터 3법 통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데이터 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 회장



Q. 데이터 3법 통과가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최근 국내 데이터 산업계에서는 서로 다른 데이터들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싶어하는 욕구들이 많다. 한 가지 데이터만 가지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이나 보험, 의료, 제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종 데이터의 결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의 대표적인 데이터 비즈니스 성공 사례인 뱅크샐러드를 보자. 뱅크샐러드에서는 여러 금융기관에 산재돼 있는 개인의 금융자산을 손쉽게 확인하고, 이를 통합 분석해 적절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한 금융기관이 보유한 금융 데이터만 활용해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없다. 뱅크샐러드는 국내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생산·보유한 데이터를 한 곳에서 모아서 볼 수 있는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한다. 한 개인을 중심으로 모든 금융 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기존에 없던 편리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예 다른 분야의 데이터를 결합하게 되면 어떨까? 개인의 주행습관에 대한 데이터와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 통신 기록 데이터, 여기에 지리정보까지 결합한다면 굉장히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들을 다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국내 데이터 전문기업들이 이러한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들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국내의 법과 제도로는 이처럼 자유롭게 데이터를 유통하거나 이종간의 데이터 통합을 실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IT 분야의 최신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낡은 법안들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제한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 3법이 발의됐지만 그마저도 1년이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Q. 데이터 3법 개정안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분위기는 어떤가?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산업계에서는 섣불리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없다. 데이터 3법이 발의된 지가 1년이 지났고, 앞으로도 언제 국회 통과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법적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협회에 소속된 기업들과 얘기해보면, 그렇게 시기를 놓치고 뒷전으로 미뤄진 비즈니스 모델들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많다.


최근 국내 데이터 전문기업들은 데이터 3법의 통과를 기다리다가 지친 것 같다. “미리 준비해봐야 안될 게 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연내에 법안 통과는 요원하고, 내년 총선 정국으로 넘어가면 뒤로 미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최소 향후 1년간은 데이터 3법 통과를 바랄 수 없고, 새로운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도 실현할 수 없다. 그래서 법안 통과를 대비한 비즈니스 모델에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데이터 3법이 발의될 무렵부터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해온 기업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해당 프로젝트를 배제하는 경우도 보이고 있다.


기업에서는 그 무엇보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마련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사후에 법적 제도적 문제가 발생해 클레임이나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그 순간 기업 이미지나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 3법 개정 등으로 법적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기 어렵고, 산업계 발전을 위한 열정이나 투자 의지가 지속될 수 없다.



Q.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인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리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나 사회단체들은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해서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면 얼마든지 재식별화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사람들은 자동차는 왜 반대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자동차 사고로 매년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활용하는 것이다. 사고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미진한 제도나 절차를 개선해나가면서, 자동차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데이터 3법 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데이터 유출이나 침해 이슈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 활용 그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옳지 못한 전략이다.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확실하므로,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기술과 제도를 함께 준비하면서 법안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


실제로 IT 업계에는 비식별화된 가명정보, 익명정보를 재식별화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들이 나와있다. 향후 완벽한 비식별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역시 개발 중이다. 심지어 데이터 3법 개정안에는 비식별화된 데이터에 대해 불법으로 재식별화를 시도할 경우 더 이상의 비즈니스 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벌에 처하자는 내용 또한 포함돼있다. 이미 데이터 재식별화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과 제도 양면에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위험만을 강조하며 데이터 3법 개정을 미루는 것은 아주 근시안적인 태도다.



Q. 정부에서 데이터 3법 통과가 미뤄지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에 많은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고 이해도 한다. 정상적으로 국회가 운영되기 힘들 정도의 이슈들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 3법 개정은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얽혀있는 것도 아니고, 여야의 첨예한 이념적 충돌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데이터가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자원이라는 것은 국회의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이렇게 미뤄지고 있다는 것은 국회가 IT 산업계의 현안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왔다고 하니 거기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만 내고 있을 뿐,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있다. 국내 IT 산업계의 현안에 관심을 가지는 일부 의원들이 있지만, 그간 이어져온 정치적 이슈나 다른 의원들의 이해 부족에 의해 번번히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기가 다가오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새롭게 바뀌는 업무 방식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전 세계를 휩쓰는 데이터 선진 기업들이 우리의 산업계와 일자리를 모두 잠식해버릴 것이다.


이미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따지고 보면 사망선고 직전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를 통해 국내 데이터 산업계가 전 세계 트렌드에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Posted by 비투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