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하지 않은 생활을 바꾸는 융복합 서비스
| 데이터 허브 핵심 ‘융복합 서비스’…시민 참여 어우러져야
좋은 융복합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융복합 서비스는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를 융합해 만든 AI 알고리즘(머신러닝, 딥러닝) 서비스를 말한다. 그런데 지자체 담당자들과 AI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AI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물론 미래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는 현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맞는 기능 디자인
지난 글인 ‘스마트하지 않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에서도 언급했듯이 데이터는 항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는다. 융복합 서비스를 잘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은 확보한 데이터의 특성을 이용해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고, 다음은 시민들의 필요에 맞는 기능들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면 시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으며 타 도시와 차별화된 융복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융복합 서비스가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이 된 모범적인 사례는 바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이다. 초기에는 수기로 동선을 수집했지만,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업무가 지연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신사 위치정보와 카드사 결제정보를 기반으로 확진자의 동선을 10분 만에 파악하는 지원시스템이 등장해 사회적으로 공헌한 바 있다.
지난 20년간 데이터 컨설턴트로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여러 문제들을 경험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때보다 원치 않은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수를 개선해 한 단계 발전해 나가는 것이 결국 결과물의 질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 다음 두 가지 융복합 서비스 사례를 통해 배울 점들을 살펴보자.
[사례 1] 안전 서비스 2.0
지난 2019년 5월, 대구경찰서와 대구시, SK텔레콤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점차 지능화되는 범죄현장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했다. 필자는 비투엔 소속으로 융복합 분석 업무를 맡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스마트 치안’이라는 기획과 요구사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경찰청을 찾아간 첫날, 예기치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112 신고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제거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볼 수도,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112 신고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 항목들을 선별하고, 선별된 항목 내에 모든 개인정보를 제거하는 비식별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에야 분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안전 서비스 2.0에 포함된 ‘순찰노선 최적화’는 범죄 신고가 발생할 경우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순찰거점을 핫스팟으로 도출하는 알고리즘이다. 범죄 위험도가 가장 높아지는 계절, 월, 요일, 시간을 분석하여 경찰 근무시간대에 맞는 순찰 위치를 추천한다. 112 신고 위치를 군집분석(K-means Clustering) 기법을 통해 출동 가능한 순찰차 대수만큼 거점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순찰거점을 도출하는 방법은 머신러닝(ML)과 규칙 기반(Rule based)을 결합한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해당 서비스는 신고 다발 지역에 순찰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어 적재적소의 자원을 투입하는 효과가 있다. 또 신고 지점까지 출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경찰은 순찰노선 최적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구시 5개 법정동을 대상으로 효과성 검증을 위한 시범운영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112 신고 건수 16.3%, 범죄율 18.6% 감소라는 효과가 입증됐다. 이후 경찰청 요청에 의해 대구시 전역으로 해당 서비스가 확대됐다.
이후 안전 서비스 2.0은 ‘순찰노선 최적화’에서 ‘CCTV 최적화’로 확대되며 본격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CCTV 최적화 분석을 위해 우선 50m × 50m 공간격자(Grid) 단위로 도시가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안전도를 예측했고 안전도 점수가 다른 격자보다 높아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CCTV 밀도가 적은 지역들을 추출해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CCTV 최적화 서비스는 안전도와 음영지역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CCTV를 보강할 지역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다. 또 위험도가 가장 높은 시간에 대한 추이 분석의 결과로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 기능은 관제 담당관들이 모니터링에 필요한 시점에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때 비투엔은 CCTV 최적화 알고리즘 정확도를 매일 점검했다.
2020년 9월, CCTV 최적화 서비스 취지를 설명하고 데이터 수집 협조를 위해 CCTV 관제 센터에 방문했다. 회의는 8개 구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진행됐는데, 두 가지 뜻밖의 일을 경험했다. CCTV 정보가 엑셀 파일에 구별로 다르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과 관제 담당관들의 시스템 개선 요구사항이 끝없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데이터화 되지 않는 정보는 분석가라면 자주 겪게 되는 일 중 하나다. 오히려 데이터화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할 때가 많다.
CCTV 정보는 8개 구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든 속성을 분류했다. 공통적으로 관리하는 속성과 개별 속성을 나눠 구조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통합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관제 담당관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 적절한 시기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사례 2] 버스노선 최적화
2019년 2월, 대구시는 도시문제발굴단을 대상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집했다. 시민들은 ‘자가용보다 느린 대중교통 출퇴근 문제’를 대표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 자가용에 의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환경적인 기여도 제기됐다.
대구시는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을 해소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융복합 서비스를 교통 분야에서 선정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버스노선 최적화’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해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미국의 ‘스마트 시티 챌린지(Smart city Challenge)’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 정부의 78개 주요 도시에서 교통 체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대부분 대중교통, 도심 내 화물운송, 주차 공간 부족, 신호 체계. 탄소 배출 등 공통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교통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과 IoT를 활용한 스마트 교통정책을 제안했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교통을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IoT 기기를 이용한 스마트 교통’이다.
이 두 가지를 교훈 삼아 분석팀은 대구시 버스노선 최적화를 위해 3단계 로드맵을 수립했다. 1단계는 행정동 단위 대중교통 이용률을 분석하고 대중교통 수요를 예측한다. 더불어 대중교통 수요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2단계는 버스노선 및 정류소 단위로 효율성 평가 체계를 개발하고 노선·정류소 단위로 효율지수 예측 및 최적의 배차간격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끝으로 3단계는 IoT 기기를 이용한 실시간 예측으로 버스 정류소 위치를 조정하거나 최적 노선 가이드를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우선 대구시 대중교통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지역별로 얼마나 많은 대중교통 수요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역별 대중교통의 수요를 평가하는데 확실히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노선을 최적화하는데 한계는 있었다. 행정동 단위로 예측하기 때문에 노선이나 정류소 단위의 상세한 예측이 필요했고, 단순히 시민의 이용 편의 관점만 고민한 예측은 실질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고, 이어 버스노선 효율지수의 개념을 듣게 된 이후 해결책이 보였다. 버스노선 효율지수는 이용편의지수, 운영효율지수, 사회발전지수의 세 가지 지표의 합으로 이뤄지며, 각 지표들은 하위의 총 10개의 세부 평가항목을 구성된다.
이와 같은 지표 설계로 대구시 177개 버스노선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평가할 수 있으며, 더 세부적으로 3089개 정류소별로 효율지수를 한 눈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대중교통 수요와 버스 노선의 효율을 판단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했고, 이것은 대중교통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라는 의미가 되어 로드맵의 2단계가 완성됐다.
분석팀은 버스노선 최적화의 최대 약점을 보완했다는 만족감을 얻었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버스노선 최적화는 ‘노선의 재설계’나 ‘정류소 조정’과 같은 실질적인 대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노선 또는 정류장을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노선과 정류소를 설계했던 정책 결정의 요소들이 데이터화돼 있어야 가능하지만 현재 보유한 데이터로 줄 수 있는 노선 가이드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보유한 데이터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원칙에 최적화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업 경험·시민 참여 어우러져야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고객들에게 좋은 것이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융복합 서비스를 만들 때는 고객(지자체)도 사업자(수행기관)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여러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할까?
2019년 9월, 데이터 허브 기술 및 운영 사례 조사를 위해 영국에 다녀왔다. 그때 영국국립지리원(Ordnance Survey) 측과 회의를 했었는데, 영국국립지리원은 영국의 지형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며, 지형 데이터를 활용해 2D/3D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을 스마트 시티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영국국립지리원 담당자와의 회의는 인상적이었다. 그 이유는 자전거를 타고 온 담당자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디지털 트윈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3D 디지털 트윈은 2D에 비해 비용 효율적이지 못하다.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기술만을 앞세우기보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에게 스마트 시티 사업 경험을 전달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일관된 스마트 시티 정책과 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기술 위에 시민이 중심이 된 융복합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 경험과 시민 참여가 어우러져야 시민들의 친구 같은 서비스가 되어 실생활에 적용돼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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